춘곤증을 이기는 차 한 잔의 여유
봄 기운이 만연합니다. 이맘때 춘곤증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나른함을 깨우는데 가장 먼저 커피를 떠올리게 되지만, 오늘은 차 한 잔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바로 보이차입니다.
햇살 좋고 바람 좋고 온 몸이 축 늘어지는 나른한 봄날의 오후. 물을 팔팔 끓여서 한 뜸 식힌 후에 찻잔에 따라보세요. 그리고 티백 하나 꺼내어 잠시 우려내고,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보세요. 물론 집에 정식으로 다기를 갖추고 계시다면, 티백 대신 찻입 자체를 우려내어 좀 더 여유있게 마시는 방법도 있을 거예요. 차주전자 데우고, 찻잔을 데워, 여유있게 천천히 한 모금씩 한 모금씩 마시는 거죠.
집중력을 요구할 때, 소화 기능을 높이고 싶을 때, 전반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저는 보이차를 찾습니다. 몇 년 간 습관처럼 마셔보고 알았어요. 체력이 곧 정신력이고, 정신력이 곧 체력인데, 그 둘 다를 높이고 기력을 보강해주는데 보이차가 참 좋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요.
꼭 보이차가 아니어도 좋지만, 이제 차에 입문하신다면 보이차를 곁에 두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보이차란 무엇일까요?
중국어로는 '푸얼차'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통상 '보이차'라고 부릅니다. 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는 구역 내에서 자란 운남대엽종 쇄청모차를 원료로, 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는 구역 내에서 특정한 가공방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품질 특성을 갖춘 차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중국 운남에서 생산된 찻잎을, 운남에서 정해진 방식대로 가공하여, 특정 품질 수준을 갖추게 한 후에 판매하는 차라는 의미입니다. 그 찻입을 사용하되, 가공을 다른 곳에서 했다면 보이차가 아닙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그 찻잎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역시 보이차가 아닙니다. 재료와 가공이 모두 '어디에서 이뤄졌는지'로 보이차가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보이차의 고향, 운남
그 지리적 표시보호를 받는 지역이 바로 '운남'입니다. 중국어로는 윈난. 한자로 구름 운, 남쪽 남을 사용합니다. 구름이 있는 남쪽 나라라는 의미이겠죠. 운남성은 중국 내륙에서도 가장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균 해발고도가 약 2천미터에 달할 만큼 높은 고산지대입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기후에 습도는 낮습니다. 사계절이 모두 온화한 '춘성', 즉, '봄의 도시'라 불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소수민족이 모여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각기 다른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갖춘 소수민족들이지요. 운난에만 약 25개 정도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합니다. 민족적 색채를 강력하게 보존하고 있는 이 소수민족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으로 보이차를 재배해왔습니다. 운난의 보이차에 바로 그 문화가 담겨있습니다.
왜 운남인가?
드넓은 중국 땅에서 왜 굳이 운남이 보이차의 고향이 되었을까요? 도대체 운남이 뭐가 다른 걸까요?
운남은 세계 차나무의 발원지라 할 만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의 거대한 차나무가 여전히 살아숨쉬는 지역입니다. 무려 2700년이 된 차나무도 아직 살고 있다고 하지요. 이렇게 오래된 차나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 운난이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기후를 갖췄음을 의미합니다.
매우 예민한 차나무의 기질을 운난의 자연환경이 모두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직사광선은 안 되고, 습한 것을 좋아하지만 비가 지나치게 많이 와서도 안 되며, 너무 더운 것도 너무 추운 것도 안 되는 차나무. 그 예민함을 모두 맞춰줄 수 있는 것인 운남의 자연조건입니다. 무엇보다 차나무는 약산성의 흙을 좋아합니다. 운난의 pH 4.5~5.5 수준의 토양 산성도는 차나무가 살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이렇듯 까다로운 자연조건 하에서 자라나, 긴 세월 보존받아, 우리 곁으로 오는 운남의 보이차. 그래서인지 보이차는 인간의 까탈스러운 성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들썩이는 마음을 붙잡아주고, 봄날 춘곤증을 날려주고, 따뜻함과 향긋함으로 우리 몸과 마음에 중심을 잡아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보이차와 녹차의 차이점도 한 번 살펴볼게요.
좋은 차 한 잔 마시면서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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